[미생]
"이왕 들어왔으니까 버텨 봐라.
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."
"완생이요?"
"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.
미생. 완생.
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."
-미생 4회
"당신 실패하지 않았어. 나도 지방대 나와서 취직하기 되게 힘들었거든? 근데 합격하고 입사하고 나서 보니까 말이야. 성공이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연 거 같은 느낌이더라고. 어쩌면,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며 사는 게 아닐까 싶어."
"그럼 성공은요?"
"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? 일 하다보면 깨진 계약인데도 성장한 거 같고 뿌듯한 케이스가 있어. 그럼 그건 실패한 걸까?"
"졌어도 기분 좋은 바둑이 있어요. 그런 걸까요?"
"잘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까? 내일부터 다시 잘 지내보자."
-미생 9회
"꿈을 잊었다고 꿈이 꿈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.
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 건 아니라는 것.
루쉰이 그런 말을 했지.
힘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.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.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.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."
"근데.. 왜 여기서 보자고 하신 거죠?"
"방금 말했잖아."
"예?"
"안영이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. 에휴-"
"혹시 그 말씀, 서진상을 꼭 잡으라는 말씀입니까?"
.
.
.
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.
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.
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.
다시,
길이다.
그리고,
혼자가 아니다.
-미생 20회